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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성과]

노화로 생각한 걸음걸이·기억력 변화…‘정상압수두증’일 수도

  • 조회수 33
  • 작성자 이희주
  • 작성일 2026.08.20

노화로 생각한 걸음걸이·기억력 변화정상압수두증일 수도

 


  나이가 들면서 걸음이 느려지거나 기억력이 예전 같지 않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소변이 갑자기 마렵거나 참기 어려워지는 증상도 흔히 나이 탓으로 생각한다하지만 최근 들어 발이 바닥에서 잘 떨어지지 않고 걸음이 눈에 띄게 느려지면서 기억력이나 판단력까지 함께 떨어진다면 단순한 노화가 아닌 질환의 신호일 수 있다대표적인 질환이 정상압수두증이다.

 

  정상압수두증은 뇌 안을 순환하는 뇌척수액에 문제가 생기면서 뇌실이 비정상적으로 커지고보행과 인지기능배뇨 기능 등에 이상이 나타나는 질환이다주로 고령에서 발생한다. ‘정상압이라는 이름 때문에 뇌압이 항상 정상인 질환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정확한 의미는 조금 다르다일반적인 수두증처럼 뇌압이 지속적으로 높게 측정되지 않으면서도 뇌실이 커지고 여러 신경학적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장일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정상압수두증은 증상이 서서히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환자나 가족이 처음에는 단순히 나이가 들어서 생기는 변화라고 생각하기 쉽다며 하지만 치료가 도움이 될 수 있는 환자를 정확히 선별하면 특히 걸음걸이를 비롯한 증상의 호전을 기대할 수 있어 조기에 의심하고 정확하게 진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상압수두증은 원인에 따라 특발성과 이차성으로 나눈다특발성 정상압수두증은 뚜렷한 선행 원인 없이 발생한다뇌척수액의 순환과 흡수에 여러 변화가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정확한 발생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이차성 정상압수두증은 지주막하출혈이나 뇌수막염두부 외상뇌수술 등 뇌척수액의 흐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질환이나 상황 이후 발생할 수 있다.

 

  정상압수두증의 대표적인 증상은 보행장애다걸음이 느려지고 보폭이 짧아지며 발을 바닥에서 쉽게 떼지 못한다환자나 가족들은 발이 바닥에 붙은 것 같다”, “발을 끌고 걷는다고 표현하기도 한다걷기 시작할 때 첫발을 떼기 어렵고 방향을 바꿀 때 여러 번 작은 걸음을 내딛기도 한다보행이 불안정해지면서 넘어지는 횟수가 늘 수 있다.

 

  인지기능 변화도 나타난다생각과 반응이 전반적으로 느려지고 집중력이 떨어지거나 여러 일을 순서대로 처리하는 데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판단력이 떨어지거나 무기력해 보여 치매로 오인되기도 한다배뇨장애는 빈뇨나 절박뇨로 나타나다가 심해지면 요실금으로 이어질 수 있다다만 세 가지 증상이 반드시 모두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한두 가지 증상으로 시작해 다른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진단은 증상과 신경학적 진찰, CT나 MRI 등 뇌 영상검사를 종합해 이뤄진다영상검사에서는 뇌실이 비정상적으로 커져 있는지 확인하고뇌 위축으로 뇌실이 커 보이는 것인지 정상압수두증에서 나타나는 특징적인 뇌척수액 공간의 변화가 있는지도 살핀다파킨슨병알츠하이머병뇌혈관질환 등 비슷한 증상을 일으키는 다른 질환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따라서 ‘MRI에서 뇌실이 크다는 사실만으로 정상압수두증이라고 진단하거나 바로 수술을 결정하지는 않는다.

 

  증상과 MRI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울 때는 뇌척수액 탭 테스트(Tap test)’를 시행하기도 한다허리에 바늘을 넣어 뇌척수액을 일정량 빼낸 뒤 환자의 걸음걸이나 움직임의 변화를 살펴보는 검사다검사 전후로 걷는 속도와 걸음 수 등을 비교하며뇌척수액을 빼낸 직후보다 몇 시간 뒤 또는 다음날 변화가 더 뚜렷해질 수 있어 일정 시간을 두고 평가하기도 한다탭 테스트 후 걸음걸이가 좋아지면 수술 후 증상이 호전될 가능성을 판단하는 데 중요한 근거가 된다변화가 뚜렷하지 않더라도 정상압수두증이나 수술 효과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장일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탭 테스트는 환자와 보호자 입장에서는 뇌척수액을 조금 빼봤더니 실제로 걷는 모습이 달라지는가를 확인하는 검사라고 이해하면 쉽다며 검사에서 바로 좋아지지 않았다고 해서 효과가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환자의 증상과 MRI 소견증상의 진행 과정 등을 함께 보고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상압수두증에서 수술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뇌척수액을 몸의 다른 공간으로 흘려보내는 단락술(shunt surgery)’을 시행한다대표적인 방법이 뇌실-복강 단락술(VP shunt)이다뇌실에 가느다란 관을 넣고 피부 아래를 통해 복부까지 연결해 뇌척수액이 복강으로 흘러가 흡수되도록 새로운 통로를 만들어준다수술에는 뇌척수액의 흐름을 조절하는 밸브가 사용된다조절형 밸브를 사용하는 경우 수술 후 환자의 상태에 따라 압력 설정을 변경할 수 있다.

 

  수술 후 가장 뚜렷한 변화를 기대할 수 있는 증상은 보행장애다인지기능이나 배뇨장애도 함께 호전될 수 있지만 증상의 지속 기간이나 동반 질환 등에 따라 치료 반응에는 차이가 있다수술 후에는 단락 장치의 기능도 정기적으로 확인한다감염관의 막힘과다배액 등이 발생할 수 있고과다배액이 심하면 경막하수종이나 경막하혈종이 생길 수 있다오랫동안 보행장애가 있던 환자는 수술 후에도 근력과 균형 기능이 충분히 회복되지 않을 수 있어 상태에 따라 재활치료를 병행하기도 한다.

 

  특발성 정상압수두증을 확실하게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현재 알려져 있지 않다중요한 것은 증상을 조기에 알아차리는 것이다최근 들어 걸음이 눈에 띄게 느려지고 발이 바닥에서 잘 떨어지지 않거나방향을 바꾸기 힘들고 넘어지는 일이 늘었다면 주의할 필요가 있다생각이나 행동이 이전보다 느려지거나 소변을 참기 어려운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면 단순한 노화로만 여기지 않는 것이 좋다.

 

  장일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정상압수두증은 모든 환자가 수술로 같은 정도의 효과를 보는 질환은 아니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과 환자 선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반대로 치료가 도움이 될 수 있는 환자가 증상을 단순한 노화나 치매로 생각해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것도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걸음걸이가 이전과 확연히 달라졌다면 환자 본인보다 가족이 먼저 알아차리는 경우가 많다며 보행 변화와 인지기능 저하배뇨장애가 함께 나타난다면 정상압수두증 가능성을 한 번쯤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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